[뇌·혈관]“내가 뇌전증(간질)에 걸린다면?" 뇌전증의 실제

2022-06-17

김해종 에스포항병원 신경과 진료과장


뇌전증(과거, 간질)은 뇌신경세포가 간헐적으로 흥분해서 이상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흔한 뇌 질환이다. 우리 뇌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양방향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세포막에서 전기적인 신호를 만들어낸다. 쉽게 말하자면 뇌에서 의도하지 않은 ‘스파크’가 튀어 뇌가 감전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수면 부족, 음주, 약물 복용 등의 유발요인 없이 발작이 2회 이상 재발할 때 뇌전증이라고 진단하게 된다. 뇌전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유전자 이상, 뇌 손상, 뇌종양, 뇌경색, 뇌염, 뇌혈관 기형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아직 많은 경우,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뇌전증은 신생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뇌를 가지고 있는 한 모든 연령에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인구 1,000명당 4~10명으로 전 세계적으로 6천 5백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있고, 우리나라는 약 36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있다. 그리고 매년 우리나라에서만 2만 명의 뇌전증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뇌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기능이 분화돼 있고, 뇌전증이 발생하는 위치나 정도에 따라 발작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며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이나 움직임 모두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자꾸 어지러울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입맛을 다시며 멍해질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잠시 말문이 막힐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흔히 알고 있는 ‘눈이 뒤집히고 거품을 물면서 정신을 잃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치매나 정신질환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같은 종류의 뇌전증이라도 개인에 따라서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고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 뇌전증 발작은 수초에서 수분 가량 지속되며, 회복하는 시간 또한 다양하다.



뇌전증은 전조(조짐)만 있다가 뇌에서 전기가 더 강해지거나 주변으로 퍼지면 경련 발작으로 나타나며, 발작은 크게 부분 발작과 전신 발작으로 구분된다. 부분발작은 의식이 있는 단순부분발작과 의식이 없는 복합부분발작으로 나누어지고, 발작 뇌파가 뇌 전반으로 강하게 퍼지게 되면 전신강직간대발작으로 진행하는데 이를 이차적 전신발작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전신강직간대발작으로 내원하는 경우, 대부분 응급실을 경유하게 되며, 환자와 보호자는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치료에 대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쓰러진 채 목격자 없이 발견된 경우, 가벼운 국소 발작의 경우, 뇌전증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치료가 필요하지만,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 뇌전증의 60~80% 정도는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로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폐렴처럼 항생제를 사용해 세균을 죽이면 없어지는 병이 아니라, 고혈압처럼 약물을 통해서 꾸준히 조절하는 병이므로 규칙적인 항경련제의 복용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띄우고 장시간 사용하게 되면 갑자기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의 뇌 또한 마찬가지다. 과도한 피로나 스트레스, 수면 부족, 음주, 발열, 생리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 등은 발작을 일으키는 유발요인이 될 수 있다. 발작에 영향을 미치는 유발 요인을 발견하면 생활 습관을 바꾸거나 이러한 유발 요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성인 뇌전증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운전과 임신이다. 운전 중에 정신을 잃거나, 의식의 혼란과 혼동으로 차량을 통제하지 못해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 예측할 수 없이 돌발적으로 발생한 병의 특성으로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의 취득에 제한받는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운전 중에 의식을 잃는 뇌전증 발작이 발생하여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에는 뇌전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법적으로 운전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지만, 도로교통법 시행령(시행령 제42조 제1항)에서는 위원회에서 전문 의사의 진단을 참조해 제한적으로 운전을 허용하고 있다. 최소 1년간, 뇌전증 증상이 없으며 운전에 지장이 없다는 전문의 소견서와 적성검사를 통해 면허 취득과 유지를 할 수 있다.



뇌전증 환자의 임신과 출산은 금기가 아니며 뇌전증을 앓는 산모의 95%는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있다. 임신 전, 주치의와 상의하여 미리 준비하게 되는데 엽산의 복용과 안전한 약물로 전환하게 된다. 뇌전증이 있다는 이유로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뇌전증이 잘 조절되는 경우는 대부분 자연분만 및 모유 수유도 가능하다. 예전보다 뇌전증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 치료받으면 분명히 좋아지는 병이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신경과 전문의와 상의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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