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배가 아파요. 응급실에 가야 할까요?

2024-11-04


“환자가 직접 전화를 할 수 있으면 경증이다.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할 경우 진료비 90% 본인 부담”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위의 내용은 최근 복지부 차관 및 정부가 공표한 내용이다.

길어지는 의정갈등 속에 일의 옳고 그름을 떠나, 불편을 겪을 환자들을 생각하니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한 명의 의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현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복통이 발생한 환자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설명해 그 불편을 조금이나마 돕고자 한다.

복통, 즉 배가 아픈 증상은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복통을 야기할 수 있는 질환들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만큼 너무나도 다양하다.

하지만 크게 분류를 한다면 급성 복증의 경우(금식, 입원 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급성 복증이 아닌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급성 복증은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진단 및 치료가 빠를수록 좋기에 경증으로 보기 힘들고 외래진료가 없는 휴일 및 야간에는 응급실로 방문해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환자가 경증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증상만으로는 의사도 확실히 구분해내기 힘들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복부의 강직이 동반되는 경우

영어로는 “board-like rigidity”라고 하고, 의역하자면 “합판과 같은 강직”을 말한다.

복부를 만졌을 때(촉진 시) 복부가 마치 합판과 같이 단단한 양상이 보일 때를 일컫는 말이다.

복통을 발생시킨 원인 질환이 복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 아주 극심한 복통이 발생하게 되고 통증으로 인해 복부에 자연적으로 매우 강한 힘이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복막염’ 을 시사하는 소견일 수 있고, 복막염이 의심된다면 최우선으로 감별해야 하는 질환은 장파열(장천공)이다. 그리고 장파열이 아니라도 여러 질환들에 국소적인 복막염이 동반될 수 있다.

해당 질환들은 금식, 입원 및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일 수 있으니 반드시 응급실에서 확인해야 한다.

2. 복부의 강직이 없더라도, 복통이 발생하는 지점이 뚜렷한 경우

복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는 질환 중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질환 2가지가 바로 충수돌기염(흔히 말하는 맹장염)과 담낭염이 되겠다.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오른쪽 아랫배가 특징적으로 아프면 충수돌기염을 감별해야 한다.

그리고 담낭염의 경우에는 주로 복부의 오른쪽 윗부분(오른쪽 갈비뼈 바로 아랫부분)으로 통증이 발생한다.

쉽게 생각해서 배꼽을 기준으로 복부를 위-아래, 좌-우로 나누어 우상복부 통증의 경우 담낭과 관련되는 질환들을 의심할 수 있고, 우하복부 통증의 경우 충수돌기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충수돌기염의 경우 확인이 된다면 곧바로 수술적 치료를 계획하는 것이 좋다.

담낭과 관련되는 질환일 경우에는 경미한 담석증부터 담낭관 폐쇄, 담낭염, 담도폐쇄, 담관염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감별·진단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3. 복통과 함께 오한, 발열이 동반되는 경우

우리 몸의 어딘가에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 흔히 동반되는 증상이 바로 오한과 발열이다.

배가 아프면서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고, 가정용 체온계에서 38도가 넘는 발열이 확인되는 상황이라면, 응급실에 방문하여 적절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복강 내 염증이 발생했다면 빠른 진단을 통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식중독을 의심할 수 있는 경우

혹시 최근에 날 것, 익히지 않은 음식을 섭취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라.

또는 여러 명이 같이 식사를 했다면, 동일한 음식을 섭취한 사람은 괜찮은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식중독은 식후 발생하는 미생물 또는 독소에 의한 위장관 감염을 말한다.

보통은 대증치료로 호전되지만 단순 위장염에 비해서 탈수, 혈변 등의 증상이 심하게 발생할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입원, 수액치료 등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자, 여기까지 잘 읽어보았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복통 자체가 매우 흔한 증상인 것은 맞다. 하지만 환자가 응급실로 방문할 정도로 복통이 발생하는 일은 사실은 흔하지 않다.

본인의 기억에 마지막으로 배가 아팠던 때가 언제인가? 아마도 잘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대부분의 흔한 복통은 과식 이후에 급체하거나, 심리적인 요인 등으로 위경련이 발생하거나, 변비 등으로 인해 변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복부가 쓰라리듯 아프거나, 경미한 위장염이 생기면서 장운동이 비정상적으로 항진되어 배가 부글부글 거리면서 무른 변이 동반되는 양상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질환들이 모두 응급실 진료를 요하지는 않지만, 앞서 말했듯 증상만으로는 경증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런 혼동스러운 상황에서 위의 1~4에 해당되는 경우만이라도 간접적으로 판단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대한민국 의료현실이 또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환자들의 불편이 없어졌으면 한다.

출처 : 경북일보(https://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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