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뇌경색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

2026-06-25

0f93330ef2c45.jpg포항에서 뇌혈관 질환 환자들을 마주하며 수술실과 시술실을 지켜온 지 어느덧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생사의 갈림길을 목격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환자나 보호자가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혹은 “대도시 큰 병원으로 가야 하는 줄 알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후회할 때다.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죽어가는 뇌경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뇌세포는 단 1분만 혈액 공급이 중단되어도 약 190만 개의 신경세포가 사멸한다.

오늘 칼럼에서는 지난 13년간 의료 현장에서 일어난 뇌경색 치료의 가장 극적인 변화와, 우리 지역 주민들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생명의 ‘골든타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과거의 뇌경색 치료는 주로 ‘정맥 내 혈전용해제’라는 약물에 의존했다.

쉽게 비유하자면, 싱크대 하수구가 꽉 막혔을 때 막힘을 뚫는 액체 세제를 들이붓는 것과 비슷하다.

기존 치료의 한계인 이 방식은 혈관을 막고 있는 핏덩어리(혈전)가 작을 때는 효과적이지만, 뇌로 가는 가장 큰 고속도로인 ‘거대 뇌동맥’이 막혔을 때는 약물이 혈전을 다 녹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혈전제거술 최근 이 문제를 완전히 바꿨다.

막힌 관에 가느다란 철사를 넣어 이물질을 직접 끄집어내듯, 환자의 허벅지 혈관을 통해 뇌혈관까지 미세한 도관(카테터)을 진입시킨 뒤 스텐트나 흡입 장치를 이용해 핏덩어리를 직접 끄집어내는 ‘동맥 내 혈전제거술’이 도입된 것이다.

이 시술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마비나 언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대형 뇌경색 환자들이, 시술 직후 마비가 풀려 스스로 걸어서 퇴원하는 기적 같은 일들이 매일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간의 한계를 허문 기술이지만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이다.

기존의 혈전용해제 약물 치료는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약을 써도 효과가 없고 오히려 뇌출혈 위험만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핏덩어리를 직접 빼내는 혈전제거술은 기본적으로 6시간에서 8시간 이내, 그리고 최근 의학 기준으로는 뇌 영상 검사를 통해 살릴 수 있는 뇌세포가 남아있음이 확인된다면 최대 24시간이 지난 환자에게도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주의해야 할 점으로는 치료 가능 시간이 늘어났다고 해서 여유를 부려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혈관을 열어줄수록 후유증 없이 온전한 삶으로 돌아갈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최대 24시간’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보루일 뿐이다.

멀리 있는 서울 대형병원보다 ‘내 옆의 전문병원’이 답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 중에는 뇌졸중 같은 중증 질환이 발생하면 무조건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가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뇌경색 치료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구급차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는 그 4~5시간 동안 환자의 뇌세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때문이다.

뇌혈관 질환은 “어디에 있는 병원인가”보다 “지금 당장 나를 위해 응급 수술과 시술을 시작할 수 있는가”가 본질이다.

24시간 언제든 뇌혈관 전문의가 상주하는가?

응급실 도착 직후 MRI 검사와 시술이 지체 없이 연계되는가?

우리 지역에도 굳이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세계적 수준의 혈전제거술을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의료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증상이 발생하면 주저 없이 가장 가까운 ‘뇌혈관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향하는 것이 내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마지막으로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일과성 뇌허혈발작’, 일명 미니 뇌졸중이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눈앞이 캄캄해졌다가 몇 분 혹은 몇 시간 만에 씻은 듯이 증상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분이 “피곤해서 잠깐 그랬나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이는 조만간 거대한 뇌경색이 몰려올 것이라는 뇌의 마지막 경고 신호이다.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그 즉시 뇌혈관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고 막힌 곳을 점검해야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

12년간 포항 시민들의 뇌혈관을 치료해 온 의사로서, 우리 지역 주민들이 이 ‘신호’를 놓치지 않고, 진화된 현대 의학의 혜택을 제때 누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출처 : 경북일보(https://www.kyongbu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