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상 에스포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과장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나 기차, 자동차를 타고 여행한다. 또 어떤 이들은 취미생활로 등산이나 여러 가지 운동을 즐기곤 한다. 이런 활동에는 교통사고나 부상의 위험이 늘 있으니 조심은 해야겠지만, 모든 것을 걱정하며 살아간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수술을 위한 마취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수술실에서 전신마취를 받지만 그중 마취로 인한 부작용을 겪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요즘 왜 이리 집중이 안 되고 자꾸 깜빡깜빡하지? 코로나 후유증인가? 아니면, 몇 달 전 수술 때 전신마취 받아서 그런 거 아닐까?”
전신마취는 여러 약제를 이용해 사람의 뇌를 억제하는 행위이므로 뇌 기능에 혹시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특히, 노인 환자들의 경우 전신 마취 후 체내에 남아 있는 약간의 잔여 마취제에 의해 일시적으로 인지장애나 섬망을 경험하기도 한다. 전신마취가 아니라 하반신 마취나 부위 마취인 경우에도 기존에 인지장애가 있는 노인 환자들은 수술 후 종종 섬망을 경험한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이 전신마취를 받아서 나중에 치매의 발병이 증가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확실한 결론이 없는 상황이다.
요즘은 인터넷상에 수많은 매체나 유튜브 영상 등이 넘쳐나는 시대로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 유익하고 좋은 정보들이 많은 반면, 자기 유익을 위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현혹하는 정보들도 많다. 6년 전, 국내의 유명 대학 병원에서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해 전신마취를 받은 사람들에게서 치매 발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통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여러 언론사에서 이를 기사화했고, 많은 의료인이 이를 근거로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이후 전신마취와 치매 발병 사이에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이 나왔지만, 사람들의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필자는 20년 넘게 마취를 해오면서 그동안 마취제, 마취 기법, 환자 안전을 위한 각종 장치 등 마취 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을 경험했다. 가끔은 수술실에 실습 나오는 간호과 학생들이 40년 전 에테르라는 마취제로 마취할 때의 내용들을 가지고 와서 공부하는 것을 보고, 현재의 전신마취가 3~4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고 좋은지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실습 학생들은 수술실에서 마취를 받고 수술 후 깨어서 나가는 환자들을 보면서, 전신마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안전하게 시행되는 것을 알고 놀란다.
전신마취가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오히려 음주나 흡연을 절제하고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에 더욱 신경 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신마취에 사용하는 약제 자체의 해로움보다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는 수술 자체의 영향이라는 견해도 많다. 전신마취를 여러 번 받았던 사람은 그만큼 이런저런 질병으로 수술을 경험하며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만큼 뇌 기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이나 암, 근골격계 질환 등 수술을 요하는 병이 생길 가능성을 가능한 한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수술을 피할 수 없다면, 최선의 마취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전신마취, 부위마취, 국소마취, 수면마취 등 다양한 마취 방법 중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환자의 상태나 수술의 종류 등 상황에 맞춰 주치의와 마취 전문의 그리고 환자 간에 잘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불확실한 뇌 기능에 대한 염려만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집도의가 수술에 집중해 수술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할 수 있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환자의 선호도 역시 고려돼야 한다. 전신마취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위마취나 국소마취를 더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신마취를 하게 될 때는 마취제를 최대한 적절한 용량만 사용하기 위해 뇌파를 감시하고, 초음파 등을 이용하여 수술 부위의 신경을 차단하여 통증을 줄여줌으로써 전신마취 깊이를 최소화한다.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있듯이, 운동 중 다칠 가능성이 있듯이, 전신마취에도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나 사고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법적으로 설명하고 동의서를 미리 받도록 하고 있다. 마취동의서에는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부작용들이 나열되어 있어 환자들을 겁먹게 하는데 이는 설명의 의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수술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면 마취하기 전에 늘 “곧 잠을 자게 될 것이다. 깨어보면 다 끝나 있다”라며 최대한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마취는 환자의 치료를 돕는 너무나 중요한 의료행위다. 마취를 앞둔 이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기를 바란다.
출처 : 경북일보(https://www.kyongbuk.co.kr)
조관상 에스포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과장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나 기차, 자동차를 타고 여행한다. 또 어떤 이들은 취미생활로 등산이나 여러 가지 운동을 즐기곤 한다. 이런 활동에는 교통사고나 부상의 위험이 늘 있으니 조심은 해야겠지만, 모든 것을 걱정하며 살아간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수술을 위한 마취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수술실에서 전신마취를 받지만 그중 마취로 인한 부작용을 겪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요즘 왜 이리 집중이 안 되고 자꾸 깜빡깜빡하지? 코로나 후유증인가? 아니면, 몇 달 전 수술 때 전신마취 받아서 그런 거 아닐까?”
전신마취는 여러 약제를 이용해 사람의 뇌를 억제하는 행위이므로 뇌 기능에 혹시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특히, 노인 환자들의 경우 전신 마취 후 체내에 남아 있는 약간의 잔여 마취제에 의해 일시적으로 인지장애나 섬망을 경험하기도 한다. 전신마취가 아니라 하반신 마취나 부위 마취인 경우에도 기존에 인지장애가 있는 노인 환자들은 수술 후 종종 섬망을 경험한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이 전신마취를 받아서 나중에 치매의 발병이 증가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확실한 결론이 없는 상황이다.
요즘은 인터넷상에 수많은 매체나 유튜브 영상 등이 넘쳐나는 시대로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 유익하고 좋은 정보들이 많은 반면, 자기 유익을 위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현혹하는 정보들도 많다. 6년 전, 국내의 유명 대학 병원에서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해 전신마취를 받은 사람들에게서 치매 발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통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여러 언론사에서 이를 기사화했고, 많은 의료인이 이를 근거로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이후 전신마취와 치매 발병 사이에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이 나왔지만, 사람들의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필자는 20년 넘게 마취를 해오면서 그동안 마취제, 마취 기법, 환자 안전을 위한 각종 장치 등 마취 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을 경험했다. 가끔은 수술실에 실습 나오는 간호과 학생들이 40년 전 에테르라는 마취제로 마취할 때의 내용들을 가지고 와서 공부하는 것을 보고, 현재의 전신마취가 3~4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고 좋은지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실습 학생들은 수술실에서 마취를 받고 수술 후 깨어서 나가는 환자들을 보면서, 전신마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안전하게 시행되는 것을 알고 놀란다.
전신마취가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오히려 음주나 흡연을 절제하고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에 더욱 신경 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신마취에 사용하는 약제 자체의 해로움보다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는 수술 자체의 영향이라는 견해도 많다. 전신마취를 여러 번 받았던 사람은 그만큼 이런저런 질병으로 수술을 경험하며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만큼 뇌 기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이나 암, 근골격계 질환 등 수술을 요하는 병이 생길 가능성을 가능한 한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수술을 피할 수 없다면, 최선의 마취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전신마취, 부위마취, 국소마취, 수면마취 등 다양한 마취 방법 중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환자의 상태나 수술의 종류 등 상황에 맞춰 주치의와 마취 전문의 그리고 환자 간에 잘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불확실한 뇌 기능에 대한 염려만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집도의가 수술에 집중해 수술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할 수 있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환자의 선호도 역시 고려돼야 한다. 전신마취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위마취나 국소마취를 더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신마취를 하게 될 때는 마취제를 최대한 적절한 용량만 사용하기 위해 뇌파를 감시하고, 초음파 등을 이용하여 수술 부위의 신경을 차단하여 통증을 줄여줌으로써 전신마취 깊이를 최소화한다.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있듯이, 운동 중 다칠 가능성이 있듯이, 전신마취에도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나 사고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법적으로 설명하고 동의서를 미리 받도록 하고 있다. 마취동의서에는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부작용들이 나열되어 있어 환자들을 겁먹게 하는데 이는 설명의 의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수술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면 마취하기 전에 늘 “곧 잠을 자게 될 것이다. 깨어보면 다 끝나 있다”라며 최대한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마취는 환자의 치료를 돕는 너무나 중요한 의료행위다. 마취를 앞둔 이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기를 바란다.
출처 : 경북일보(https://www.kyongbu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