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항문에서 피가 나요. 대장암인가요?

2022-10-28

유재승 에스포항병원 외과 진료과장 


우리 몸 어딘가에서 피가 나는 일은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넘어지거나 부딪혀 상처가 나고 출혈이 된다면 원인이 눈에 보이니 불안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변을 보다가 닦았는데 갑자기 출혈이 많이 보이거나, 대변을 보고 일어났는데 변기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거나, 쪼그려 앉아 대변을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피가 뚝뚝 떨어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는 공포감까지 들 수도 있다. 항문에서 출혈이 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더욱 답답할 것이다. 항문에서 피가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황하지 말고 우선 항문 출혈의 양상을 먼저 체크해본다. 항문 출혈도 여러 가지 양상일 수 있다.

출혈량이 다소 많고 선홍색의 밝은 빛깔이라면, 항문에서 아주 가까운 조직의 손상에 의해 출혈이 된다는 뜻이므로 내치핵 (흔히 치질로 불리는)에 의한 출혈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도 항문 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치핵 조직에서의 출혈이다. 내치핵은 항문관 내부의 혈관이 뭉쳐서 이루어진 조직이므로 치핵이 직접적으로 악화할 수 있는 여러 요인(음주, 흡연, 피로, 정신적 스트레스, 변비 등)이 선행한 이후에 딱딱한 대변이 지나가면서 치핵 조직의 상처가 발생한다면 그 출혈량은 꽤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치핵 조직에 의해 출혈이 된 것이라면 너무 많은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치핵 자체는 악성질환은 아니기 때문이다. 치핵은 그 단계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다를 수 있으니 꼭 항문외과 의사의 진찰을 받아보길 바란다.

출혈 양상이 선홍빛이 아니고 거무튀튀한 색깔, 혹은 짙은 검은색 (흔히 짜장면 색깔과 비슷하다고 표현합니다)으로 배출된다면, 이는 상부 위장관의 출혈이 소장, 대장을 거쳐 색깔이 변화한 것으로 본다. 만약 짜장면 색깔의 변을 보면서 뭔가 어지럽고 얼굴빛이 창백하다면, 이는 위궤양 출혈 등의 응급한 질환일 수 있으니 꼭 가까운 응급실로 방문하시는 것이 좋다. 되도록 대변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게 사진을 찍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위궤양 출혈이 지속된다면 급성 빈혈에 의한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응급실 방문 후 생체활력징후 측정, 간단한 혈액검사 확인 후 필요하다면 응급 위내시경을 통해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내시경적 지혈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출혈량은 심하지 않은데, 대변을 닦을 때 일부 통증이 수반되고, 닦을 때만 피가 조금 묻어나는 정도라면 치열을 의심해볼 수 있다. 치열이란 항문 주변 점막의 상처, 열상이 생겼다는 뜻이다. 항문 피부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고 통증이 잘 느껴지는 부위이기 때문에 상처가 다소 경미하더라도 대변을 닦을 때 제법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치열은 대부분 괄약근의 힘이 강력해서, 대변을 보려고 힘을 주다가 건조해진 항문 점막이 일부 손상되는 경우가 흔한 원인이다. 오랫동안 그렇게 대변을 보는 습관이 들었을 테니 한번 증상이 생기면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치열이 아주 심하면 부분적으로 괄약근을 튿어주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괄약근 기능이 과도하게 떨어진다면 오히려 변실금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해보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대항 항문외과 의사의 면밀한 진찰, 관리가 필요하다.

출혈량은 많지 않고, 통증도 그다지 없으며, 항문 주위를 만져보면 뭔가 튀어나와 있거나 그러지도 않고, 증상은 다소 오래 지속된다고 하면 이제 이것은 대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물론 증상이나 출혈 양상이 자로 줄을 긋는 것처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고, 증상이 상기와 같다고 해서 무조건 대장암이 진단될 것이라고 장담해 드릴 수도 없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항문 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치핵, 치열 등의 항문질환이지만, 대장암의 전조증상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잘 알고 계셔야 할 것이다. 대장암은 대장 점막 내에 악성 세포가 자라고 있는 상황을 얘기하고, 이는 보통 대장 용종 - 선종(adenoma) - 선암(adenocarcinoma)의 발전 단계를 거치는 경우가 많고, 선암이 발생하면 대장 내부로 출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의한 출혈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소량인 경우도 있어서, 보통 건강검진을 하면 대변검사를 통해 잠혈반응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대변에 숨어있는 출혈을 찾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의료혜택을 누려야 하므로 보통의 국가검진, 직장검진을 시행한다면 혈액검사, 흉부 x-ray, 위내시경 및 대변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검진의 형태에 따라 다른 검사들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내시경은 위내시경만 포함이 돼 있고 대장내시경은 빠져있는데, 쉽게 말해 검진 비용을 처음부터 나라에서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말과 같다. 대변검사에서 잠혈반응이 있을 때는 대장내시경이 국가검진에 포함이 되게 되는데, 대변 잠혈반응 검사를 기다리면서 대장내시경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항문외과 의사로서 추천해 드리기 힘들다. 만 40세가 넘었다고 하면 적어도 한 번쯤은 대장내시경을 한번 받아보시길 권유해 드리고, 만약 가족력이 있다면 그 시기를 5년 정도 더 앞당기는 것도 좋다. 대장내시경을 시행하고 발견되는 용종의 개수에 따라 다음번 검진은 어느 시기에 하는 것이 좋을지 내시경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시면 될 것이다.

특히 위와 같은 여러 양상의 항문출혈 증상이 있을 때, 먼저 대장항문외과 의사의 진료를 받고, 이후에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시기를 바란다. 올바른 검진만이 암을 조기에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출처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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