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수면 마취는 전신 마취에 비해 안전한가요?

2023-01-19


조관상 에스포항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과장


우리나라에서는 내시경실, 피부·성형외과, 산부인과, 치과 등에서 주로 입원하지 않고 하는 검사나 비교적 간단한 수술(시술)을 위해서 “수면” 마취를 광범위하게 시행하고 있으며, 간혹 매체에서 사고 소식도 접하게 된다. “수면”이라는 용어보다 조금 더 넓은 개념인 “진정”이라는 용어도 있는데, “수면”이란 중간단계 이상 깊은 진정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의식은 거의 없지만 강한 자극이나 통증에는 반응하며 호흡은 가능한 상태다. 보통은 나중에 기억을 못하게 된다. 이보다 더 깊은 의식 저하 상태가 되면 전신마취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수술실에서 하는 수술을 위한 마취 중, 하반신 마취나 한쪽 팔만 마취하는 등의 “부위마취”를 시행하고 재워주는 경우는 위에서 말하는 “수면마취”와는 분야가 좀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는 논하지 않겠다. 예전에 “수면내시경”이라는 용어를 흔하게 쓰다가, 가끔 수면을 시도했음에도 수면이 잘 안되고 심지어 기억이 다 나는 경우가 있어서 “진정내시경”이라는 용어로 변경하기도 했다. 얕은 진정은 환자가 의식이 거의 다 있고 대화가 가능하기도 하나 불안감이나 불편감만 어느 정도 줄여주는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진정, 수면, 전신마취 등의 각 단계가 스위치로 조절하듯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나 체중 등 개인별 특성에 따라 약에 대한 반응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세심하게 살피며 조절해야 한다. 검사나 수술 시 자극이나 통증에 대한 반응도 사람마다 제각각이어서 국소마취가 잘 되고 많이 아파하지 않는 경우에는 얕은 수면으로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통증 조절이 잘 안되어 수술 중 많이 움직이게 되면 수술 자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금씩 더 깊은 수면을 위해 약을 더 투여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호흡에 문제가 생겨 위험할 수 있다. 수면마취를 계획할 때도 전신마취에 준하여 금식 등의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수면마취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대부분 호흡과 관련 있다고 보면 되고, 중간에 어쩔 수 없이 전신마취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전신마취는 통상 수면마취보다 더 다양한 약을 사용하며 인공호흡을 위해 기도유지 장치를 삽입하는 과정 등 때문에 비교적 더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에 마취제나 진통제, 마취장비, 감시장비 등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최신기술을 적용해 전신마취를 시행한다고만 하면 전신마취의 위험이 수면마취에 비해 더 높다는 데에 동의하기 어렵다. 수면마취가 필요한 수술 분야와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 분야가 보통은 구분되지만, 서로 겹치는 부분도 많이 있다. 인터넷상에서 많은 홍보성 글을 보면 서로 유리한 쪽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느 쪽도 모두에 적용되는 정답은 아니다. 어느 쪽이든 마취 전문의가 있느냐가 제일 중요한데, 마취 전문의들 사이에도 숙련도나 경험, 선호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환자의 의식이 저하되는 순간 수술이나 시술, 검사가 아니라 환자의 호흡, 맥박, 혈압 등을 집중해 관리하는 전문의의 존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병·의원 사정에 따라 수면마취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최근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전문병원 등이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받는 항목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의해 시행되는 수면(진정)마취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포함해 환자 안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전신마취를 위한 동의서에는 설명의 의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 가능한 한 거의 모든 부작용의 종류를 다 적어 놓는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보자면 수면마취에도 다 동일하게 설명되어야 할 부작용들이다.

수술실에 들어와서 마취를 앞둔 환자들에게 “마취를 시작한다”고 하는 대신 “잠시 후면 잠드실 겁니다”하고 안내를 드린다. 환자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신마취도 결국은 수면으로 시작된다. 수면내시경 할 때나, 수술실에서 전신마취나 환자 입장에서는 잠드는 순간의 느낌은 거의 같다. 깰 때는 마취 시간, 통증의 정도, 진통제 사용량에 따라 아주 다르지만, 요즘엔 수술 후 통증이 크지 않고 시간이 짧은 수술의 경우에는 수면마취나 전신마취나 깨는 양상이 별 차이가 없기도 하다. 환자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주치의와 의료진, 그리고 환자 사이의 신뢰 관계로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출처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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